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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살리기

마음의 밑 줄을 긋다: 강지천의 끄적끄적

마음에 밑 줄을 긋다. 

: 폐가살리기 체험기












 


이른 점심시간 무렵 한림3리에 도착하여 몇 가지 안되는 짐을 풀고 먼저 와있던 다른 참여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의미 있는 일에 참여를 한다는 설레임 때문인지 인사를 나누는 모두가 반갑고 눈으로 보이는 한림3리에 곳곳의 풍경들이 다채롭게 마음에 들어왔다. 그렇게 반가운 인사가 끝나고 곧바로 오늘 할 일의 대한 순서를 설명해줄 제주페가살리기협동조합원의 한 임원의 짧은 브리핑이 이어졌다. 브리핑의 핵심내용은 “의미있는 일의 동참”이였다. 과연 의미있는 일이란게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곧바로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걸어가며 주변 경치를 보다 또 한번 설레임이 일렁이였고, 그렇게 첫 폐가복원1호 집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설레임으로 막연하게 기대했던 진한 향수가 느껴질 어떤 집은 보이지 않고, 그야 말로 숨조차 마음대로 쉬기 싫을 정도의 흉물스런 한 폐가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당황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기도 채 전에 참여자들이 폐가복원을 위한 작업에 투입되어 분주하게 일은 시작되었고, 나 역시 바쁘게 일손을 거들었다. 처음에는 이 지저분한 곳에서 한시라도 빨리 달아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에 임하였지만 청소를 하며 하나 둘씩 발견되는 오래된 물건들을 보면서 옛 추억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알 수 없는 따뜻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 내가 하고 있던 일이 조합원이 말한 “의미 있는 일의 동참”이란 말의 의미가 어떤 건지 느낄 수 있었고 그렇게 작업이 끝나는 순간까지 집안 곳곳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옛 추억의 느낌을 담아낼 수 있었다. 

 어느 덧 일을 마치고 고된 몸을 녹이고 있을 때 쯤 부녀회장님 댁에 저녁식사가 마련되었으니, 그 곳으로 가자는 얘기를 들었고 너무나 허기진 나머지 요기나 하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부녀회장님 댁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밥상에 차려진 음식들은 진수성찬에 그 양 또한 어마어마하여 함께 일을 했던 참여자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그렇게 만족스런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한림3리에는 깊은 밤이 찾아왔고 어두워진 동네 길을 걸으며 마을회관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문득 유년시절의 한 시점에서 느꼈던 어떤 감정이 강하게 가슴을 뛰게 했다. 그 느낌은 아마 어릴 적 친구들과 완공이 덜 된 공사판에 들어가 시멘트 냄새와 먼지 냄새를 뒤집어써가며 놀고, 주인이 없어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폐가에 몰래 들어가 정신없이 놀다가 저녁 무렵 부모님의 부름을 받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주신 따뜻한 저녁상을 배불리 먹고 나서 시원하게 집 앞에서 밤바람을 맞던 그 느낌과 같았다.

 처음에는 그저 아는 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폐가복원사업의 일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 돌아오게 되었다. 돌아오는 내내 현장의 냄새와 나의 손길이 닿았던 곳곳의 장소가 아른거리며 말론 다 표현 할 수 없는 뿌듯함이 온 몸을 감싸 안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더 많은 제주인들이 폐가복원사업에 동참하여 현장의 모습을 보고, 느끼고, 만져보면서 잊혀졌던 가슴 따뜻한 감정들을 느껴보며 제주 곳곳의 폐가현장에 많은 희망의 손길이 닿기를 바래본다.




글_ 강지천: 31세. 제주에 살고 있다. 이것저것 이것저것 하며 재밌게 사는 제주를 좋아라 하는 제주 소나의. 구수한 제주사투리가 일품이다. 뙇, 제주소나의. 앞으로봐도 뒤로봐도 옆으로봐도 뙇, 제주남자. 제주소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