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폐가]살리기

여기서 뭐해? : 유제석군 인터뷰



인터뷰: 유제석, 여기서 뭐해? 







한림3리에 들어오면 패랭이에 썬글라스를 끼고 호피무늬 몸빼바지를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한 청년을 만날 수 있다. 3개월전부터 제주에서 제일 작은 마을, 한림3리에 내려와 마을주민이 되기로 작정하고 살고있는 서울에서 온 그. 나와 동갑이라 사이좋게 말을 놓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을분들은 그를 마을에서 썬글라스 끼고 다니는 놈. 인사 잘 하는 놈. 그 어느 개그맨이랑 이름 같은 놈.으로 기억하신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데리고 왔을까? 대한민국의 끝에서 끝까지 여행하는 삶을 살아가는 그. 그를 만나는 사람마다 궁금해한다. 여기엔 왜 왔는지, 여기서 무얼하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몇개를 추려서 물어보았다. 인터뷰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너무 닮아 또 다시 수다가 되었다. 


올해 몇살? 

: 스물 여덟. 마음은 열여덟.

헐. 철이 없겠군요.

: 어떻게…. 

원래 집은?

: 서울입니다.

어떻게 제주까지 내려오게 된?

: 딱히 이유는 없는데 광주에서 살면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보는 것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꼈고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찾다가 보니 내가 실질적으로 마을에 들어가서 마을 사람들과 부딪기며 공동체로 살아가는게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곳이 나타난 거에 대해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지. 그래서 제주도를 선뜻 선택하게 되었고, 오게되었어.

어쩌다가 그렇게 사는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됬어? 대한민국에 사는 스물 여덟살의 남자가 하는 평범한 고민은 아니잖아? 

: 아니지. 이런 고민을 하게 된지는 일년? 정도 됬는데, 그 전에 직장생활 하면서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 돈을 버는게 중요한지 아님 내가 살아가는게 중요한지. 돈인지 난지. 행복하게 살거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반대로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고. 두가지 갈림길 속에서 어떤게 내게 큰 유익이 될까. 남들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돈도 벌고,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결혼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그래서 얘들 낳고. 얘들 잘 키워서 결혼시키고 그렇게 돈 걱정 안하고 남들처럼 살아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연치 않게 학생들과 함께 살 때가 있었는데, 학생들이랑 같이 살면서 그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 나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면, 내가 처음엔 힘들지만 알면 알 수록 재밌고 행복하고.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유익을 좀 느꼈던 것 같아.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게 되면 느끼는. 과연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면 세상에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보다 훨씬 더 사회에 도움도 될 수 있고, 재밌게 살아가는 부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마을로 한번 들어가 볼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마을에 들어가게 됬지. 이미 작은 마을이고, 다닥다닥 모여 사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농촌엔 어떤 방식으로 삶을 돌아가는 건지 좀 궁금했었고, 과연 내가 여기서 살게되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건지도 궁금했었고.

그래서 마을로 들어가기 위한 첫번째 순서가 폐가 살리기였던 거야? 

: 그렇지.  폐가 살리는 일을 통해서 내가 무언가 얻고 싶은 일도 많았지. 그 전에 말했던 것은 네가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할 수 있다. 단순히 폐가로 마을로 들어가게 되면, 마을 사람들은 싫어할 것이다. 그치만 마을을 보고 폐가를 보게 되면 마을 사람들과 먼저 소통을 하게 되고, 그 소통을 통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에 머릿속에 생각이 퍼즐을 맞추듯 정리 되었던 것 같아. 이 방식이 내게 적용이 된다면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거를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함께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더라구. 

이렇게 공동체적으로 사는 삶?

: 응. 근데 선뜻 누군가가 나서질 않는거지. 

많이 외로울 것 같다. 지인 한명 없는 제주에서.. 예쁜 것들은 다 독하다고.. 아름다운 제주만큼 살아남기 척박한 땅도 대한민국에 드문데.. 여기서 산 3개월 동안의 느낌? 적응기는 어떠했나?

: 좋은거? 많지. 힘든거보다 좋은게 더 많아. 얻는것도 많고. 소통이라는 단어가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알게되고, 다른 지식들도 얻게 되고. 예를 들면 밭일에 대한거? 아니면 상대방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그리고 앞으로 이 마을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적인 것도 많이 알게 되는 거지. 대화를 통해서든 밥을 먹든 아니면 스킨십을 통해서든 같이 밭일을 하든, 이런 것들을 통해서말야. 근데 한마디로 줄여서 말하는 좋은 점은, 배운다?!는것. 마을을 이루기 위한 조건. 마을에 들어와서 함께 할 수 있는 조건들?! 내가 선택해야 하는 것들. 내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것들도 있는데, 다양한 선택 가운데 이걸 선택했을 때 가장 혜택이 많고 리스크가 적은 것들을 배울수 있다는 거지. 마을분들이 그런 걸 가르쳐주셔. 특히 사모님과 이장님, 부녀회장님과 행수어르신. 이런 이야기를 하기까지가 어려웠어. 소통이 된 이후로는 많이 얻었지. 이 마을엔 무엇이 필요하고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역할에 대해서도 알게되고, 앞으로 이분들과 같이 갈 때 내가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어려웠던 것은 폐가 살리기를 왜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 소통하는 것? 그런 것들이 좀 힘들엇던 것 같아. 같이 먹고 자고 하는 것.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여기서 살아야하는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그러다가 난 여기 왜 있나 하는 정체성의 혼란들. 그걸 넘는 순간 내가 원하는 소통의 답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어울림을 느꼈다고나 할까? 소통은 어려운데, 소통을 하면 어울릴 수 있다. 근데 우리는 소통을 빼고 어울리고 싶어 하니까. 난 인간의 조건을 되게 많이 보는데, 우리가 살아가는데 한가지가 빠지면 과연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것과 비슷한 것 같아. 과연 사람이 사람과 사는데 소통하지 않으면 살 수 있을까? 벽 사이를 두고 그냥 살아간다는… 생각이 좀 들었던 것 같아. 

많이 힘들지. 안 힘들었단 거는 거짓말이고. 근데 예전에 서울에서 광주갈 때도 똑같았어. 신비롭고 새로운걸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컷기 때문에. 충분히 쉬었다 가는 거라서 광주에서 8년동안 살았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제주 가려니 걱정인거지.. 결국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는데.. 두려움반 걱정반이 섞여 있었는데… 

첫 한달은 내 정체성?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 여긴어딘가 난 누군가ㅋㅋㅋ 이 마을 사람들과 어떻게 살까. 여기서 뭘 해야할지도 고민이 됬고. 두달째에서는 마을 사람과 친해지고, 나란 존재를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워낙 일이 바빠서 정신없이 살았던것 같다. 

폐가 살리기 일도 하면서 나란 존재를 알고난 다음에 두번째는 마을 사람들을 알고 싶었던거지. 소통하려고 한것 같고. 그 조건들을 부딪히면서 알았던 것 같다. 3개월째 접어들면서 죽어라 일만 했던 것 같다. 외로움을 잊을 만큼의 업무가 ..지금도 ing… 적응기는 처음엔 힘들었는데 점점 좋다. 워낙 시골을 좋아해서 불편한거는 없다. 혼자있는 것도 좋아하지만..(거짓말이긴 하지만).. 

존재에 대한 답은 뭐였는가?

:내가 꿈꾸는 것과 현실과의 상관관계를 적립한거지.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싶은데 막상 부딪히니 이건 아닌데. 이건 어렵네. 포기해야할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오랜 꿈에 대한 확신을 마을사람들 보면서 확신이 섰던 것 같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컷고. 시도도 하지 않는 도전은 하고 싶지 않더라고. 

마을 공동체. 그 속에서 하고 싶은게 뭐야? 

: 뭔지 몰라. 그래서 들어왔어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이상적으로 생각한 것과 책에 나와있는거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몸으로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이어서 들어왔다. 실제 내가 하고 싶은걸 몸으로 해보고 싶어서 들어왔다. 전혀 몰라서. 

느껴보니 뭔거 같아?

: 소통. 누구나 제주도 살고 싶은데 제주에서 살고 싶지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 소통을 하고 싶어하는데 거기까지가 되게 어려운것 같아. 어려움을 느껴가면서 까지 제주에 들어오고 싶지는.. 제주는 너무 멀어서 별로 였어. 함께 했던 사람들과 함께 삶의 반 정도를 다른 곳에서 살았는데 새로운 곳에 정착한다는게 쉽지만은 않았지. 하지만 꿈을 위해서 그 부분들을 포기해야하니까.. 뭐...

함께 사는 걸 하고 싶은거구나.

:어느 누군가의 머릿속에 함께하고 싶다면, 함께 하고 싶은거야. 분명한거는 … 싫은 것도 있을테지만,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해보고 싶어. 왜 좋은지, 왜 나쁜지에 대한 생각도 나누고 싶고.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서로 고민하며 살아가고 싶어. 세상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 자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혼자고. 외롭고 고독하잖아… 받아드릴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얼마나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거지. 오픈컬쳐. 

공동체에 대해 낭만? 같은 걸 가지고 있는거 같아. 가장 큰 매력은 뭐고 가치는 또 뭐야? 

: 함께 사는게 그냥 좋아. 되게 생각이 내 생각이 그 사람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꼈을때 행복하거든.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ㅋㅋㅋ 낭만은 없는거 같다. 그냥 사는거 자체가 낭만이지 않을까? 100% 행복해야 낭만인거야? ㅋㅋㅋ 예전 직장 간사님께 전화하면, "야 공동체로 사는거 힘들어.." 맨날 이래. 왜 하세요? 물으면 그래도 좋대. 왜요?하면 .. 좋대. 그냥 좋대. 나도 그냥 좋더라고. 내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내 말을 하기 위해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 그런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이거말고도 하고싶은게 있었나?
:하고 싶은거 많았지. 외국에 나가 봉사하며 살고 싶기도 했고,  가게를 차려서 내가 만든 음식을 팔며 살고 싶기도 했어. 또는 생계형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웃음)

그런데 그 중에서도 하필 폐가살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뭐야?
: 진짜 하고 싶은 것은 결국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게 아닌가 해. 내가 마을을 만드는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마을 안에 내가 들어가서 지역재생을 통한 마을 활성화를 이루고 싶었고, 고령화로 인해 마을 분위기가 어둡고 좀 가라 앉은 곳이 많은데 그곳에 젊음사람들로 인해 마을의 생기를 불어넣는게 내 큰 바램이었다고나 할까? 그 역할을 폐가살리기와 하면 왠지 모르게 많이 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폐가 살리기가 어떤매력으로 다가왔길래? 
: 단순히 마을에 산다는게 큰 매력인거 같아. 어디 도망가지도 못하고 한곳에서 마을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마을사람들의 살아온 방식과 삶을 몸소 내가 배울 수 있다는게 큰 매력인거 같아. 어디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 

협동조합이야기를 좀 해보자. 구체적으로 이 협동조합이 공동체적으로 삶을 사는데 어떤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했어?
: 협동조합은 도움이 되지않아. 다양한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내지는 않거든. 각자마다 다른 생각과 가치가 모여서 협동조합에서는 한 방향으로 갈 수 없어. 내가 비록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조합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너빼고. (푸하하하하하하) 대부분 공동체보다든 협동조합으로 인해 배니핏을 얻어가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야. 너무 안타깝지. 결국 조합도 기업으로 가면 안되는데 일부 사람따문에 와해될수가 있어. 그래서 도움받기보다는 나랑 비슷한 사람들을 찾는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지.

이일을 한다 했을 때 밀려오던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었어?
: 걱정과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걱정은 지금도 계속해. 결국에 내가 평생 조합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일을 시작해야하고 준비해야하니까 항상 걱정돼. 두려운 것은 실패의 대한 두려움이겠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긴한데 왠지 모른 두려움이 밀려와. 혼자라서 그럴수 있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두려움도 많이 사라질거라고 맏어.

같은 고민을 하는 멋진 청년들이 전국 곳곳에 많을것 같아. 해주고 싶은 말 있지않아?
: 같은 고민이라... 이런 고민하는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 ㅎㅎㅎㅎㅎㅎ 이야기 좀 나누게 ㅎㅎㅎㅎ 말이 좋은 생각이고 가치있는 생각이지. 막상 하라고 하면 못할걸. 엄청난 자기 리스크를 안고 시작해야되기 때문이지. 생각만 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사람들과 관계맺고 이야기를 나누는게 제일 좋을거같아. 그저 안에 간직하기만 하면 결국 이루어지진 않으니까. 나도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것도 같이 들어주고 함께하는게 좋지. 결국 부딫혀라 아무나 가슴속에 묻지마라 선택하면 후회하지마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작하지마라 그정도?.

유제석에게 폐가 살리기란?

:세번째 삶의 시작?


공동체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열정


한림3리란?

: 죽어있던 땅이 생명력넘치는 땅으로 바뀐 어메이징

젊음이란?

:끝없는 도전 


마지막으로 하고샆은말?
:같은 꿈을 꾸시는 분들~!! 같이 삽시다~!! 한림3리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