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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살리기

기억에도 집이 있다면: 카페 나리다에 들리다

기억에도 집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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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덕1리, 커피 나리다 사장님 인터뷰.


사람과 공간. 어울림

페인트를 칠하고 곤해 차에서 살짝 잠이 들었다. 너무 잠이 쏟아져 커피를 한잔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냥 그런 흔한 제주의 한 카페를 가겠거니 하고 자다가 일어났는데, 아니 세상에. 내가 도착한 곳은 폐가를 개조해서 만든 집이었다! 단언컨데, 제주에서 지금까지 봤던 카페중에 가장 아름다운 카페였다. 앞뜰과 뒷뜰이 있고, 폐가의 형태와 구조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폐가의 창틀과 문틀을 그대로 이용해 탁자를 만들고 인테리어를 한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 옆에도 집이 있었는데 바로 사장님의 집이었다. 안뜨레 뒷뜨레. 제주의 전통이 깃든 곳을 사장님은 쓸곳과 살곳으로 고쳐 살아가고 계셨다. 어쩌다 이런 길을 오게 되신 걸까.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이 공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장님을 만나보았다. 


제주분이세요?

:제주시 광양초. 출신이예요. 지금의 신제주같은 곳이었죠 하하하


어쩌다 귀덕으로 오시게 되셨어요?

: 귀덕이라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돌아다니다가 느낌에 맞는 집이 여기 있었어요. 장소는 전혀 상관이 없었고 오래된 집의 느낌에 한눈에 빠져서. 장소가 여기일뿐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오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 작년에 집을 구입했어요. 가을 무렵에. 이사는 1 . 집을 급하게 짓고 여길 공사하고 들어오게 되었어요.


카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 귀촌을 꿈꾸긴 했지만 귀농은 못할거고젊은 사람이 있는게 뻔하잖아요. 소규모의 아주 작은 카페. 이것보다 작은 걸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나왔어요. 처음 시작은 아주 소박하게 텃밭 일구는 수준의 카페로 생각했는데 말이죠. 하아.. 농사는 지을 없는데, 모두 농사를 짓고 열심히 살고.. 시골은 모두가 열심히 일해요. 젊은 사람이 시골에서 아무것도 안한다는 죄악과 같은 거더라구요. 워낙 디자인이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고 공간을 꾸미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카페가 적합했다고 생각을 하고 하게 되었어요. 


제주시나 접근성이 편한 곳에서도 있는데 하필 여기를 선택하셨어요

: 어짜피 얘도 없고...(제주시는 교육열이 센 편이다. 제주에서 아이를 교육시키려면 제주시에 자취를 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시로 보내는 것이 제주의 정서다.- 편집인) 아주 젊다면 젊고. 아니면 아닌 나이인 40대의 시작을 정리하는 개념으로 고즈넉하고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시골에 뭍혀 살고 싶은 마음이 많이 컷어요. 아까 여기 전기공사하시는 분이 지나치시며  보셨듯이 이 카페 건물이 주변 경관을 헤치지 않고 마을과 잘 어울어져 있는 것 같아요.  무채색의 공간의 카페잖아요. 지붕도 벽도.. 전혀 튀지않는 공간을 원했는데  공간이 제가 딱 원하던 공간이었어요.


시골에서 사니 어떠세요? 제주시에 있을때와 다른점이 분명 있으실 것 같아요.

: 불편한 점도 있고. 좋은점도 있는데 불편한거는 도시에서는 자기 사생활이 철저히 보장이 되는데 여긴 그렇지 않아요.  노출되요. 내가 무엇을 하듯 동네 노인분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는게 느껴져요. 그런 눈길에 대한 낯설음? 도시 생활했던 사람의 특징인 것 같아요. 좋은점이라면 각박하지 않고 여유롭고.. 주변이 푸릇푸릇 하니까 심정적으로 편안하고.. 사람을 가장 안정적이게 하는게 자연이잖아요. 그런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예뻐요. 제주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카페는 처음봐요. 인테리어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하신 거예요그리고  폐가를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 제주에서 카페를 한다면 바다나 한라산이 보이는 경관위주로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해요. 근데 저희 건물은 완전 마을 한복판에 있잖아요. 그런대도 편안한 느낌을 주니.. 시골의 느낌을 표현한 집인거 같아요. 원래 이 집 자체가 그런 그냥 봐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는  구조랑... 제가 생각한 거예요 집을 구입했을때부터 머릿속에 디자인이 머릿속에 딱 그려지더라구요. 

그리고 꼭 폐가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이왕 시골에 온 거, 도시는 도시에 어울리는 미관이 있잖아요. 시멘트 벽이나 세련된 것을 보여주는.. 근데 시골은 시골다운 아름다운 미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돌, 밭, 푸름.. 그게 어우러져야 진정한 아름다움이죠. 그 뭍혀있는 집을 살려주는 오브제 같은 것이 떠오르더라구요. 그걸 발견 할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발견해서 집이든 카페든, 그 무엇이든 해볼테구요. 저도 사람이 살지않는 무생물인 집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제주폐가살리기협동조합의 취지와도 맞는 것 같아요. 옛날 폐가가 보석같은 곳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재해석하지 못한 것이 많죠. 조금만 더 끌어 올리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가치있게 보고 조금만 손보면 되는 집들이 많아요. 원형을 많이 손보지 말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손이 안탄 폐가가 다시 부활할 있는, 멋진 공간이 탄생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폐가 살리기가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일거란 생각이 들구요. 


식탁에 의자에..곳곳에 집에서 나온 물건들을 재활용하셨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전체적인 골조가 원채 오래된 나무였고, 이 나무들도 집에서 나온 오래된 창틀이어서 가공을 한 것이예요. 테이블로 만드는데 전체 오리지널 원목을 사용했어요. 시골집하고 어울리기도 하고 해서요.(웃음) 처음부터 철거할때 놔두고 마지막에 만들었어요. 

제일 처음 철거를 , 창틀을 무조건 복원해달라 쓸대가 있다고 부탁을 했어요. 물론 가장 예뻣던 항아리는 도둑맞았지만...  그래도 나머지 물건들은  보관했다가 새로 탄생이 되었어요. 버려진 물건들이, 쓸모없다 생각되어진 것들이 누군가에 의해 다시 재해석 되면 이렇게 실용적이면서도 멋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 될 수 있죠.  없이 많은 돈을 들여도 세월의 흔적과 고풍스러움을 흉내낼수 없으니까 그런걸 예쁘게 탄생시키면 여러 사람이 즐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네 사람들도 20-30명정도 집을 사려헀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느낌은 좋은데. 어떻게 손을 봐야할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거죠. 아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을거예요. 누군가 먼저 용기를 내는 거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젊은 사람들이 남들이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고 흉물스러운 폐가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기꺼이 동참하는게 의미있는 일 인것 같아요. 동네에서 폐가가 있으면 흉물스러운데 이렇게 폐가를 살리면 동네에 한 집이 재탄생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주폐가살리기 운동을  응원해요. 너무 좋은 일인거 같아요.

우리도 그런 의미에서 한거죠. 같은 입장이기도 하고. 조합원은 아닌데 할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치만 조합원을 하게 되었을 때 다소 소란스러워 보일 수 있는 소통과 공유가 낯설어요. 저는 블로그도 안하고 SNS 안해요. 억지로 인연만들기 같은 것 처럼 그런거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내고 싶은거죠. 그냥 조용히 살고싶은 마음이 커요.


'짓기' '공간' 대한 사장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 공간이 생길려면 지어야죠.(웃음) 애초부터 카페는 작정을 했기 때문에 모든 포멧이나 인테리어는 완료가 된 상태였어요. 지으면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긴 했어요. 특히 육지와 달리 제주는 좋게 말하면 여유롭지만, 실제로는 무언가를 진행할 때 굉장히 속도가 느리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한없이 늘어지는 공사기간이 특히 스트레스였어요. 뜻대로 되지 않는. 계속 딜레이되는 스트레스를 감당하느라 혼났어요. 비용적인 출혈이 심해지더라구요. 인부들을 하루 고용할 것을 계속 써야하고.. 제주는 인건비 싸움이예요. 이건 나만이 아닌 제주에서 공사를 하는 모든 이들의 딜레마가 아닌가 해요.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어요. 또 내가 생각하는 연출. 그것과 잘 맞지 않을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의미는, 카페는 수익이 나야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중요한거는 내가 여기서 생활하고 여기서 주는 기쁨이 크다는 거예요. 그런걸 주는 공간이 너무 필요했어요진짜 돈벌이를 원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최소한의 벌이로 만족해요. 그것보다는 공간 자체를 원했던거죠. 여기서 내가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고. 손님이 와주면 감사한거구요. 안오면 공간이니 여기서 구상하든..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참 좋아요. 무조건 예쁘고 그런게 아닌, 같은 사물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취미인데 거기서 구상도 하고, 공간이 나의 프라이빗하고도 사람을 모으는 공간이 되었어요. 정서적인 작업실 소의 말해서. 작업실이라면 여기서 물리적인걸 생각하는데. 요긴 정서적인 작업실.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여기오면 릴렉스가 되는 그런 공간이예요. 손님이 없어도. 약간 돈문제 때문에 처음엔 좀 그랬는데.. 시간이 수록 마음이 비워지고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좋은거죠. 하하하.


일하는 공간이 그렇게 너무 좋아서 부러워요

: 저도 너무 좋아요



사장님 어렷을 적에 이런 곳에서 사셨던 기억이 있으세요? 사장님의 기억속에 ''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 한번도 없어요. 농촌생활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요. 시댁, 친정, 친척 통틀어 시골에 사는 사람은 제가 처음이예요. 저희 부모님 나이 때는 한번씩은 다 농사의 문화를 어느정도 경험해본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조차도 농사를 한번도 지어본적 없어요. 과도기는 분명 있었어요. 도심 속에 오등동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2년을 살았어요. 도심속에 전원느낌이 나는 곳이었죠. 저 몰랐어요. 제주시에 그런 곳이 있는줄은. 우연찮게 살게 됬는데 거기서 너무너무 감정적으로 좋았던 느낌 때문에 시골로 가도 되겠다하는 과도기 적인게 있었어요. 이게 정서적인 것과 되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심속에 전원 말고 진짜 시골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주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면, 바로 시골에 정착하지 말고 시골의 느낌이 나는 곳에서 전원적인 삶을 살면서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 다음에 다음 단계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란 팁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집이라는 공간은....  따뜻했죠. 우리 어릴때는 엄마가 의도적으로 전세로 오래 살았어요. 1때야 집을 가졌는데, 그건 엄마가 돈을 계속 불리기 위해서 전세로 살다가 집을 가게 됬어요. 아기자기하고 꾸미기 좋아하는 엄마가 정말 예쁜 집을 완성을 하셨어요. 작지만 아담하고 따뜻한 그래서 지금 카페도 그런 공간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마을 안에 있는 카페인데, 마을 분들과 혹시 교류가 있다면 어떤 교류를 하고 계신가요?

: 하죠. 잘하고 있죠. 물론 나는 그냥 같은 제주사람이니까. 마을에서 배척하고 그러진 않아요. 팁은, 마을 어른들에게 보이는 팁이 있는데, 10번을 보면 10번을 인사하면 되요. 어른들은 다른게 없더라구요. 그런것만 해도 예뻐해주셔요. 딴거 없고 마을 어른분들이 먹을걸 갖다주시곤 하시는데, 저도 정자에 앉아 계시면 커피나 수박 갖다드리고.. 그런 정도의 교류?  지내고 있어요.


정말, 공동체적 삶, 소통하는 삶, 다들 그렇게 말하지만 말씀하신 것 처럼 그렇게 소소하게 먹을 것과 함께 한 장소에 존재하는 것이 전부일 거란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거창하게 소통하고 공유하고…자기것을 굳이 어거지로 오픈하고 공유하는 것 말고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서 그대로 그냥 인정해주면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공간이 너무 아름답고 한적해서 어떤 경제적 목적이나 다른 수단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는 듯한 공간으로 느껴져서 계속 있고 싶어요.. 카페 공간의 목적과 사장님께서 추구하는 가치가 있으시면 ..^^

: 혼자 감당할 있을정도의 손님과 내가 어찌할  없 부분이니까.. 내가 감당할 있는 수준의 손님이 오시는 것과 손님이 없다해도, 그냥 자체로. 이곳에서 쉬기도 하고. 정서적인 만족감으로 찾는 . 그게 제일 커요. 예민하다면 예민하고 감성적으로도 감수성적으로도 예민한 편이고.. 감정의 흔들림이 많은 스타일이라서 안정적인 곳이 필요했어요. 도심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견디기 힘들어서 정서가 쪽으로 이끌리지 않았나해요. 정서가 안정할 있도록. 공간이 이렇게 된 거죠. 손님은 덤이구요. 선물이죠. 누구는 사치스럽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누구는 생계로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생각이 다를 , 가치가 다를 뿐, 공간이 주는 의미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석달 정도 되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런 느낌이 드는 같아요. 어찌됬건 나는 남편이랑 싸웠던 외부에 스트레스가 있든여기서 마음을 정리하는 나만의 공간이니까요. 어떤 사람은 피아노를 치며 스트레스를 풀고, 혹은 먹는걸로 풀듯이 저에겐 공간이 그런 공간인 거죠. 



인터뷰를 마무리하고도 사장님과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 공간과 의미,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새 서로의 삶과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으로 깊이 들어갔다. 사장님의 기억 속의 집은 너무나도 따뜻한 공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기억속에 집은 어떤 집인가. 우리의 기억을 담고 있는 그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그 공간을 짓는 과정은 또 어떠했나. 

난 내 기억이 집을 짓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비바람이 불면 몇몇의 기억이 흘러나가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기억은 선명하게 잘 버텨주고 있다. 나도 사장님처럼 아름답게 그 기억의 공간들을 완성해나가길. 이 글을 읽는, 기억의 집을 짓고 있는 누군가들도 그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