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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살리기

매거진 휴가: 이제부터 괜찮아질 시간이야_ 공사현장스케치 4

넷쨋날: 24일_ 토

새벽 여섯시가 조금 안된시간.

눈 비비며 일어나 폐가1호 현장으로 갔다. 오늘 인부들이 오셔서 강관파이프를 설치할 예정이다. 아저씨들이 보다 수월하게 작업하실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 주변에 널려진 돌과 쓰레기들을 치우는 작업을 했다. 광주에서 온 길복이와 조합장님께서 고생을 많이 했다. 아, 성현언니와 제석이도. 



어제 내린비로 폐가가 축축해졌다. 신기하다. 예전 같았으면 어둑어둑한 폐가를 보며 무섭고 으슥한 기운을 느꼈을텐데, 축축한 느낌밖에 안든다. 벌써 친해져서 그런가. 괜시리 졎은 녀석이 측은해보인다. 




















 파이프라인 잡고 난 후, 길복이가 떠나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표정이 괜찮고 포즈가 괜찮은 거는 모두 흔들렸다. 모두가 재밌게 나온 사진에 초점이 뙇... 

길복이만 잘나오면 되지뭐... 




길복이를 버스정류장에 대려다주고 오면서 오일장에 일용할 양식을 사러왔다. 천연염색을 사랑하는 나는 감물을 들일수 있는 땡감에 하트뿅뿅~

요 작고 요망진녀석이 제주인들의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감물들일 수 있는 감이랍니다.

가지구입! 엄청 많이 샀는데 2천원에 모두를 주셨다. 비듬나물 서비스까지.. 한림오일장 너무 좋다 좋아!


다시찾은 공사현장. 

옆집 사는 할머니가 열을 식히실때 머리에 얹이시는 수건이다. 할머니를 보면 우리 할머니 생각이 많이난다. 헤지고 헤질때까지 쓰시는 할머니들의 알뜰함..



이장님과 친하신 인부분들이 오셔서 파이프를 설치하고 계셨다. 혼자 집을 지으실 수 있으실 만큼의 엄청난 능력자라고 하셨다. 멋진 인부 아저씨들은 강관파이프를 순식간에 집 테두리를 그리며 세우셨다. 두명의 친척간의 아저씨들이 작업을 하시다가 두분 사이에 오고가신 이야기가 맘을 찡 하게 했다.

"어이쿠!"

"조심해. 다치면 약 값 없다."

조심조심 하시며 거침없이 파이프를 설치하셨다. 어느덧, 이장님이 오셔서 함께 강관파이프 설치를 도와주셨다. 한림3리 이장님은 마을의 막내이신데, 어쩜 몸이 이리도 날렵하시고 손이 빠르신지, 인부 아저씨 못지않게 파이프를 설치하셨다. 이장님의 마을을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마음을 알고싶으신 분은 오후의 안부에 이장님 인터뷰를 참고하시라! 마을의 리더십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흙 냄새가 나던 왼쪽 벽. 

손으로 조금만 밀어도 무너질까 조심조심 강관 파이프로 둘렀다. 














임남호 이장님과 김윤희 건축가 선생님과 한림에서 오신 오늘 일해주실 선생님. 세분의 공간에 대한 대화가 정겨웠다.



늦은 오후에 KCTV에서 촬영을 하고 갔다. 촬영을 하던 말던... 공사의 손길은 분주했다. 




1일 봉사자와 원로 봉사자들. 정겹다. 보고싶다. 


이 안을 돌로 가득채운다. 그리고 시멘트를 듬뿍 발라서 그 위에 또 시멘트돌을 얹인다. 



오늘 참 사람 많다. 모두가 각자 제 자리에서 분주하다. 







폐가1호집 옆에 사시는 삼춘께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셨다. 감자와 파, 그리고 복숭아까지. 저녁상을 푸짐하게 차려먹고는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