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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살리기

매거진 휴가: 이제부터 괜찮아질 시간이야 3_ 공사현장스케치

셋쨋날: 22일_ 목

단비가 내린다. 비가 쉼을 준다. 한림3리가 촉촉해지고 있다. 아침에 집에 쌓인 뜯은 벽지를 정리하고 장판을 다시 돌돌 말아 정리하고, 집 주변의 쓰레기를 태우고 돌아왔다. 아침 작업을 마치고, 아가씨들과 청년들은 다시 그들의 본 집으로 떠났다. 

렌터카로 한림3리 사무소 주차장이 채워졌었는데, 두개의 차가 슝 빠지고 나니 뭔가 허전한 느낌을 감출수가 없었다. 젊은 청년들이 작은 마을에 들어와 마을 어르신들께 발랄하게 인사하며 지냈던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비록 이틀의 시간들이었지만 무언가를 함께 고쳐나갔다는, 그 시간들을 함께 보냈다는 끈끈한 그 무언가가 마음에 남아 헤어짐이 섭섭해졌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당연히 있는 법이지만, 이런 소소한 만남과 헤어짐도 왠지 섭섭했다. 이틀새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한림3리에게 고맙다.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일 할 일을 정리한다. 내일은 강관파이프를 설치할거다. 폐가를 둘러보는 사람들로부터 폐가를 지키고, 또 폐가를 둘러보는 사람들을 폐가로부터 지키기 위해 설치한다. 폐가1호집은 전부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폐가의 원래 아름다운 형태를 보는 '오브제'로 표현할 것이다. 제주 돌과 흙으로 오래전에 지어진 이 집 벽 곳곳이 조금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강관 파이프를 설치할 것인데 내일 이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끈으로 파이프 라인을 만들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