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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살리기

매거진 휴가: 이제부터 괜찮아질 시간이야_ 공사현장 스케치 1

6p-1?


이제부터 괜찮아질 시간이야: 칠일의 시간

첫째날: 20일_ 화

 

해가 비처럼 내린다는 말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지긋지긋한 가뭄에 땅이 신음하고 우리도 신음하고. 하지만 공사를 멈출수는 없고. 

해가 눈부시게 비추는 오늘도 손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폐가 앞 마당에 벽이 있다. 마을 조금 높은 곳에 있어서 마당 끝에서 자칫 잘못하면, 아래 밭으로 떨어질 수가 있다. 돌담은 조금 불안하셨는지, 예전에 사시던 분이 시멘트 벽을 만들어 놓았다. 벽 곳곳엔 구멍이 뚫려 있어서 밑에 푸른 벼 밭을 볼 수가 있었다. 근데 조금만 만져도 흔들흔들하니, 이건 돌담보다 더 위험해 보였다. 어쩐다.. 고민 끝에 이 벽을 허물고, 벽을 재건하기로 했다!







두 남자의 표정을 보라. 오분만 밖에 서 있어도 셔츠가 흠뻑 졎는 오후다. 다시 벽을 세울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 

그래도 순식간에 두 남자의 재빠른 손놀림으로 흔들리던 벽이 결국..!





공구리. 난 이 단어를 오늘 처음 들었다. 모래가 섞인 시멘트에 물을 조금씩부어, 김장 양념을 하듯 살짝 섞어주면 아이가 참 찰지게 변한다. 조금씩 덜어 원래 조금 튼튼했던 밑 돌에 살짝 발라주고, 그 다음 다시 돌을 얹인다. 들쑥날쑥 흔들거렸던 시멘트 벽은 점점 견고한 성벽을 갖추어갔다. 





오후 4시, 햇살이 살짝 힘을 잃기 시작할 때즘음, 작은 한림3리에 5톤 트럭이 들어왔다. 공사에 필요한 강관파이프가 배달이 왔다. 운전사 아저씨의 터프하고 신속적인 배달이 끝나자 파이프 150개를 손으로 들어 폐가가 있는 앞 마당으로 옮기는 작업이 이뤄졌다. 세상에. 이런게 노가다아닌가. 



속은 비어있지만 튼튼한 이 녀석이 폐가 주변을 지탱해줄 것이다. 비어있음. 없어보이는 단어 같지만, 이만큼 좋은 단어는 또 없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흘려보낼 수 있을 듯한 이 녀석들.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이 녀석들. 뭐, 파이프는 그럴 용도는 아니지만, 폐가가 한림3리에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사회복지사 부부가 왔다. 아내는 몇일 전 심은 꽃씨에게 물을 주고 남편은 강관파이프를 나른다. 귀촌을 꿈꾸며 제주를 방문하신 분들이었다.  






남자 4명의 어깨가 욱신욱신 해졌을 그 때에, 해가 지는 6시 40분. 작업이 비로소 끝났다. 귀촌, 귀농을 꿈꾸며 오늘 함께 참가한 민봉삼춘과 서울에서 온 사회복지사 부부는 함께 땀을 흘리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