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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살리기

매거진휴가: 이제 괜찮아질 시간이야_ 공사현장스케치 8

날이 밝았다. 7시 30분부터 지금 10시가 되어가는 시간까지 강관파이프에 두를 비닐과 그물 작업중이다. 건축사님은 이른 아침부터 식사도 안오시고 폐가가 걱정되셔서 한림3리까지 날라오셨다. 일손이 부족한 이곳에 도움을 주러 어여쁜 제주아가씨도 오셨다. 모두가 마을사무소에 앉아 손수 그물/비닐 작업을 했다. 



너무너무 진지하신 건축가 선생님의 표정. 집중하시는 모습이 참 멋있다. 그러다가 대화할 때는 활짝 웃어주시는 따스함. . 



자로 재고, 가위로 오리고, 클립으로 붙이고. 하나의 그물과 비닐이 사람들의 손을 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오늘 날씨가 참 좋다. 한림3리에서의 마지막 날. 너무 좋은 햇살과 너무 아름다운 하늘이 폐가가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현수막이 걸리고, 폐가를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할 비닐과 그물을 설치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그리고 한켠에서는 강관파이프 설치 마무리 작업이 이뤄졌다. 

폐가를 더욱 자세히, 그리고 편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예쁜 돌계단도 돌을 얹이고 얹어 만들어주셨다. 

한 사람 한 사람, 마음 담은 사람들의 손길이 폐가가 온전해지도록 하고 있었다. 







많이 지져분했었던 폐가의 방들도 엄청 깨끗해졌다. 그리고 집 주인이 사용하던 식기구들도 버리지 않고 잘 정리해 놓았다.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아름답게 남아졌다. 누군가가 떠난 곳이 아닌, 누군가가 살았던 곳으로 읽혀지는 풍경으로 변하였다. 



오후가 되니 떡이 도착했다. 노오란 호박떡, 보라색 백년초떡. 맛도 일품이다. 정성스레 담아서 저녁 공연 때 오시는 마을분들과 외부에서 오신 손님들께 하나씩 나눠드릴 것이다. 


이곳에 성현언니와 혜정언니가 온 이후로 이 두 언니들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것이 하나 없다. 폐가에, 마을에, 언니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손님들이 오시고 공연을 시작하기 한 시간 전인 5시. 혹시나 공연 말고 폐가를 찾아보러 오실 손님들을 맞이할 조금의 정성을 폐가에 뿌리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살짝쿵 청소. 이번도 역시 혜정언니와 매니저 제석이와 함께했다. 내가 촬영하는 마지막 폐가의 전경사진. 그래. 이 정도면 너도 많이 수고했지. 많은 것을 토해내고 다시 속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을 두른 파이프가 조금은 낯설겠지만, 여전히 어여쁘게 서있어 주는 폐가1호집이 기특해보였다. 아직 완전히 괜찮아지려면 멀었지만, 지금 이 모습으로 변화한 것도 기특해보였다. 함께 해주신 모든 이들의 손길도 느껴져 감사했다. 


온갖 쓰레기로 차 있던 방 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는 살짝쿵 개조해서 1호집 사무실을 만들것이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더 모아서 이 방에 사무실도 만들 예정이다. 폐가1호집이 완전한 모습으로 온전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속도가 문제랴, 방향이 중요한게 인생인걸. 그처럼 이 폐가의 앞으로의 모습도 굉장히 기대가 된다. 천천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여뻐질 이 녀석. 지금의 이 모습도 많이 기록해둬야지. 







저녁. 시간이 되었다. 공연시작 전, 폐가살리기 브리핑이 이뤄졌다. 마을주민들이 하나둘, 퐁낭 밑으로 모이셨다. 

매니저 유제석 군의 공사진행 브리핑이 진행중. 그동안 고생했던 봉사자들의 사진이 영상처럼 보여질 때는 나도 모르게 맘이 찡해졌다. 함께 땀흘리고 밥을 먹은 식구같은 사람들.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또 삶의 한 부분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하고. 




밤은 깊어져가고, 이장님과 대표님의 한 말씀도 이어졌다. 마을을 생각하고 아끼는 이장님의 마음이 다시금 느껴졌다. 


늘 퐁낭 아래 계셨던 삼춘. 제주시에 사셨다가 한림3리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지만, 제주에 대한 애착이 강하셨던 분. 함께 도란도란, 웃으며 쉬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셔서 함께하는 내내 나도 뿌듯하고 감사했다. 



김윤희 건축사 선생님께서도 공사의 컨셉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공연의 첫번째팀! 제주거지훈의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우크렐레와 잼배와 기타의 음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삼춘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젊은 청년들이 와줘서 고맙고. 조용했던 동네가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젊은이들의 노래소리로 채워져서 감사하고. "좋다 좋아, 좋주게!"를 연발하셨다. 하하. 

거지훈의 상큼한 공연이 끝나고 김성연 밸리댄서의 공연이 이어졌다. 삼춘들 눈이 휘둥그레~ 너나 할거없이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분위기는 최고조로 오르고 예전 '사랑할수록'이란 곡으로 전성기를 보냈던 김재희씨의 공연도 이어졌다. 이 모든 사람들이 이 폐가 살리기 운동에 함께 하고, 동참한다는 것이 참 의미있지 않았나 한다. 

꼭 무엇을 하지 않아도. 꼭 걸어놓을 만한 일을 함께하지 않아도. 이 시간 속에서 함께 웃고 떠들며, 이 시간을 함께 즐겨준 모든 이들이 함께한 이들 아닌가. 




마을분들과 오늘 밤을 함께한 모든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폐가 살리기의 첫 삽을 뜨는 순간을 찰칵! 빛이 존재를 담았다. 찰칵. 이라는 그 찰나에. 그 찰나에 모든 것이 담겨져있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가 이룬 모든것들과 우리가 함께한 그 모든 순간들. 


폐가살리기 프로젝트. 이제 시작이다. 작고 작은 제주의 가장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프로젝트. 그 끝은 어딜까? 분명 끝은 있겠지만, 그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오늘도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는 청춘들은 작고 버려진 것들에게 소망을 불어넣는 이 살리기 작업의 완성을 위해 끝없이 도전한다!  이 순간 심장이 뛰는 모든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제주의 폐가를 살리는 일. 그리고 함께 사는 일. 어, 방금 그대 맘에 작은 소망함이 생겼는가? 그럼 당장 www.facebook.com/jejuzip으로 오시라!